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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불커플이야기/쿠핑의하루

그 할아버지는 왜 정치이야기를 꺼내셨을까?

그 할아버지는 왜 정치이야기를 꺼내셨을까?

프랑스에서는 사실 외출을 혼자 거의 못했어요. 아직 프랑스어도 미숙하고 혼자 어딜 간다는 건 정말 큰 결심이 필요해요. 아직 겁이 많은건 어떻게 할 수 없네요. 그래서 본의 아니게 운동을 많이 못했어요. 한국으로 온 후 엄마와 함께 집 근처의 큰 공원 혹은 작은 산에 일주일에 3일 이상은 가곤 했어요.  물론 미세먼지가 많은 날은 운동하러 가기 싫은데....................................... 
마스크를 끼고 가면 된다며 하시는 엄마의 말에 못이기는 척하고 운동도 하고 말이죠. 어제 날씨가 꽤 쌀쌀 했지만 미세먼지가 없어서 눈오면 좋아하는 강아지 처럼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려 엄마에게 산에 가자고 했어요. 
프랑스에 살아서 마음대로 못 돌아 다녔는데 한국 오면 어디든 갈 수 있어서 좋아요. 날씨가 조금 춥긴하지만 오늘 미세먼지가 없으니 꼭 산에 운동을 하러 가야겠다며 준비를 하고 나갔답니다. 

날씨가 추워도 햇빛은 쨍쨍하고 열심히 땀을 흘리며 산을 올라갔어요. 그러던 도중 산에 햇빛이 아주 잘드는 명당이 있어요. 거기에는 항상 사람들이 옹기종기 앉아 있어서 이야기하고 붐벼서 엄마랑 저는 끝자락에서 햇빛을 보기 위해 해가 있는 방향으로 서 있었어요.
그런데 백발의 성격 좋아보이는 한 할아버지께서 "아가씨들도 여기 와요. 여기 앉아서 햇빛쐐요. "라는거 아니겠어요? 그래서 엄마와 저는 우리나라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만들어 놓은 나무 의자에 앉아서 있었어요. 

할아버지 옆에는 나이든 아저씨들도 있었어요. 그러던 도중 그 성격좋은 할아버지가 "요즘 젊은 사람들은 정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라고 물어 
보는게 아니겠어요? "잘하고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처음에는 ' 앗. 저 할아버지 뭐지? 왜 정치 이야기를 꺼내시지?' 했어요. 그러던 중 엄마가 "잘하는건 잘하고 못하는것 못하고 그렇죠"라고 대답했어요. 

사실 한국에서 정치이야기를 할 때 많이 민감한 부분이긴 하니 왜 그러셨을까? 했어요. 뭐 물론 할아버지도 좋다 싫다 이런건 딱 말씀하지 않았지만 정부가 이렇게 하는 부분은 잘못 된것 같다라고 객관적으로 말씀을 해주셨어요. 

전 그때 정치 이야기는 무조건 안하고 봐야한다고 생각해서 그냥 침묵에 있었답니다. 그리고 아저씨와 할아버지와 담소를 하고 내려왔어요. 뭐 물론 이 쪽으로 가면 어디 동네니 저쪽으로 가면 좋으니 하는 꿀팁도 얻어서 좋았어요. 

내려오는 길에 엄마에게 물었어요. 

나:" 엄마 왜 할아버지는 정치 이야기를 꺼내셨을까? 나 깜짝 놀랬어"
엄마:" 공통된부분이 없잖아 그래서 그런게 아닐까?"
나:"응 엄마 말이 맞는 것 같아. 우린 모두 한국인이니까 모르는 상황에 다양한 연령대에서 이야기 할 수 있는게 "정치"밖에 없구나 그래서 그랬던 거구나 그 할아버지 좋으신분 같던데 " 

이렇게 대화를 하면서 내려왔어요. 사실 저는 어른들이 정치 이야기를 꺼내면서 싸우고 다투는 것을 봐서 항상 이렇게 생각했어요.

'정치 이야기 하고 저렇게 싸운다고 바뀌나, 투표 잘하면 되고 내 삶 열심히 충실히 잘 살면되지' 

그런데 한편으로 모두와 소통하고 싶어서 어른분 들께서 정치이야기를 꺼낸 거 일 수 있겠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어릴땐 정치 이야기하고 이래라 저래라 좋다 나쁘다 하는건 꼰대인 줄 만 알았는데... 

공통적인 관심사, 모두와 대화 하기 위해서 '정치'이야기를 꺼내신거 였어요. 그리고 이 할아버지와 아저씨들 그리고 엄마의 대화를 들으면서 우리나라가 많이 바뀌었구나 했다는 것도 알았어요. 

사실 저는 대구 출신이거든요. 근데 물론 대구 출신이라고 해서 한나라당을 지지하진 않아요. 어른들이 너무 주관적으로 치우치기도 했지만, 부모님께서도 민주당 의원 나와서 지지했던 적도 있고 또 민주당 출신이 대구에서 의원을 하고 있고 변화가 느껴지거든요. 

그런데 앞에서 저렇게 할아버지가 정치 이야기를 꺼냈을때 무조건 민주당이 그러면 안된다. 이런 당이야기가 아닌 나라에서 이런건 잘하는 것 같다. 이런것 못하는 것 같다 라고 서로 의견을 말하고 서로 의견을 존중한다는 것을 느꼈어요. 세상이 변화하고 있긴 한가봅니다. 

아무튼 할아버지의 질문에 곰곰히 생각해보다가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닫게 되었어요. 

이제 어딜 가서 어른들이 정치 이야기 물으시면 무조건 꼰대다 라는 생각보다, 대화의 주제를 찾으시구나 대화하고 싶으시구나 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어릴때와 나이가 들때 느끼는 점이 하나하나 다른 남다른 하루를 어제 보냈네요.